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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무술의 초법(招法)
중국무술을 보통 수련할 때에 우리는 개별적인 기술연습이나 투로연습에 치중하여 그속의 깊은 의미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대련이나 실전에서는 그 본질적 의미는 상실되고 예전의 나오는 대로식의 손과 발을 의미없이 휘두르는 경우를 많이 보게됩니다...이것을 단지 개인적인 수련의 부족 혹은 자질부족으로만 돌릴 문제는 아닐것입니다...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합니다...
이런 경우에 수련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을 택하곤 합니다...
한가지 경우는 "역시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지금은 훨씬 발전된 무술이 판을 치는 세상이야...나도 그것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그런것들을 연구해야겠어" 라는 부류입니다...이 부류의 장점은 겉으로 나타난 한계점을 얼른 직시하여 그것을 메꾸기 위해 여타 무술의 기술들을 빠르게 흡수한다는 점입니다...또한 그것은 일정부분 그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단점으로는 먼저 고려되야할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이것은 자신의 것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 다른 것을 연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정-반-합의 형태가 아닌 낱기술의 집합체에 불과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른 경우는 "분명히 내가 하는 것에 무언가 다른 것들이 내포하고 있다...하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좀 더 차근차근 연구를 해나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류입니다...이 부류는 자신의 동작의 한가지에 대해서 주먹의 위치에 따라 어느 부위가 맞고 여기서 반대손은 어떤 상태로 있어야 하며 예상되는 반격기를 어떻게 파헤칠 것인가...이 동작에서는 어떤 보법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가...따로 떼어서 이 보법 자체의 의미는 무엇인가...이 동작의 수법은 상대의 문을 어떻게 열기 위함인가...뭔가 생략되어 있는 건 아닐까...그렇다면 무엇이 들어가면 더 온전해질까...등과 같은 점들을 나름대로 연구해볼 것입니다...이부류의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기식대로의 해석에 빠질 가능성을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위의 두가지 경우는 모두 공통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그것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들이라는 점입니다...하지만 중국무술의 수련인구는 많아도 그것을 정말 가치있게 습득할 기회를 지니는 사람은 정말 흔치않게 마련입니다...따라서 가급적 많은 무술가와 만나서 좋은 이야길 참고로 하고 스스로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며 배웠던 것을 좀더 상세하게 느껴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대로 된 중국무술이라면 한 기술기술당 그속에는 초법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공간의 문제로서 간합(間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상대와 나와의 사이에 공간 혹은 시간의 문제를 어떤식으로 극복해나갈 것인가 하는 뿌리깊은 고민이 투로속에 반드시 담겨있습니다...
초법은 파법(破法)과 개법(開法)으로 나뉘는데 파법은 선의 선으로 상대의 중심을 치며 들어가는 공격법이고 개법은 선의 선으로 상대의 중심을 흘리며 들어가는 공격법을 말합니다...나의 몸이 어떻게든 닿아야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파법과 개법은 상대에게 들어가서 유효한 공격을 넣을때까지의 과정론 내지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것은 수법과 신법,보법 모두에 작용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무단계 팔극권의 육대개(六大開) 역시 한편으로는 이러한 개법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그중 하나로 신창 이서문 노사의 득의기로 유명한 "맹호경파산(猛虎硬破山)"의 경우 "제주개"라는 개문수(開門手)를 갖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 상대의 반격을 열어제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맹호경파산에 드러난 "충추-촌추-정심주"의 컴비네이션을 익힌다는 것 자체의 비전적의미도 중요하겠지만(한팔로서 연속 3연타를 하는 "최삼경(催三勁)"은 신창 이노사의 성과가 보이는 것으로 매우 독특하며 신선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 후속식에서 나타나는 개법의 의미가 실전에서는 훨씬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입니다...상대의 중심을 치지 못하고..상대의 중심을 열지못하고는 제대로 된 기술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러한 초법은 투로속이나 기술속에 숨겨져있는 것이지만 생각없이 그저 외형을 하루에 백번씩 몇년 한다고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그러나 분명 단서는 그것도 아주 중요한 단서는 지금도 우리들이 하고 있는 혹은 보고있는 투로속에 담겨있습니다...그러한 조각맞추는 재미도 중국무술을 공부하는 하나의 재미가 아닌가 합니다...마지막으로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단서를 통해 진실과 본질에 접근하려고 하는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값진 보물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p.s: 위에서 언급한 "최삼경"과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예전 이서문노사가 유운초노사를 지도할때 나는 한번에 3타,4타를 연격해 들어가는 공격법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하였지만 실전에서의 상대가 나의 일타에 쓰러져서 그다음 것에 대한 결과가 어떤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럽다라고 했다나요...
번역 : 충추